이제까지 라디오헤드 세 번 본 이야기. concert

<2012 지산 락페, 목요일과 금요일>에서 자체 트랙백.

내가 웬만한 것들은 다 쿨한 척하고 넘어가지만 그렇게 넘지 못하고 덕심을 드러내는 아티스트가 두 팀 있으니, 라디오헤드와 윌코가 그 것이다. 라디오헤드야말로 내가 처음으로 온 정신을 바쳐 덕질한 밴드이다. 유럽까지 날아가서 공연을 봤을 정도이니 나름 한 덕질 했다고 자부하는 중.

(1) 락 베르히터 페스티벌, 2008 / 7 / 5

1. Weird Fishes/Arpeggi
2. The National Anthem
3. Lucky
4. All I Need
5. There There
6. Nude
7. Climbing Up the Walls
8. The Gloaming
9. 15 Step
10. Faust Arp
11. How to Disappear Completely
12. Jigsaw Falling Into Place
13. Optimistic
14. Just
15. Reckoner
16. Idioteque
17. Bodysnatchers

Encore:
18. Videotape
19. You and Whose Army?
20. 2 + 2 = 5 
21. Paranoid Android
22.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이야기 :
처음으로 본 라디오헤드 공연. 7집이 나오고 공연이 보고 싶어서 벨기에까지 가서 봤다. 아직도 회자되는 전설의 2008년 베르히터 셋째날 헤드라이너였는데, 무려 시규어 로스가 서브 헤드였음. 앞에서 보겠다고 갔다가 사람들에게 찡겨서 폭사(압사가 아닌) 당할 뻔 했는데, 7집 투어 때의 그 형광등 조명은 직접 보니 그렇게 대단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앵콜 때 뒤로 나왔다. 같이 있던 친구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나에게 '개씨발 벨기에 새끼들! 너랑은 다시는 같이 공연 안본다 이 개새끼야!'라고 외치고 가버렸음. 잉?? ? ?? ? ??
다음날 아침에 텐트에서 일어나서 왜 그랬냐고, 친구한테 그렇게 욕하면 되니 안되니 물어보니 그제야 어제의 정황을 얘기 해준다. 공연 내도록 뒤의 남자가 자기 엉덩이를 더듬었다고 했다.
Aㅏ... 문득 슬퍼져서 친구의 어깨를 잡고 다독여 줬음. 힘내라 친구야...

셋리스트 :
스물 두 곡이면 그 당시 공연 중 가장 짧은 셋이었다. 그 전 공연인 로스킬데에서도 스물 네곡, 그 다음 공연인 아라스에서도 스물 다섯 곡을 해줬는데. 거기에다 2~3집의 비율도 낮아 네 곡밖에 안됐음. 2집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곡인 'Just'만 해주었고, 3집에서는 'Airbag'을 듣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바램을 물리치고 'Lucky'가 나왔다. 'the Gloaming' 전에 나온 'Climbing up the walls'는 정말 좋았다.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하지만 우선 7집 투어라 'House of Cards'를 제외한 <In Rainbows>의 전곡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Jigsaw Falling into Place'와 'Videotape'의 라이브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라이브로 그닥 자주 연주되는 편이 아닌 4집의 'Optimistic'과 6집의 '2+2=5'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람에 찡겨서, 친구가 멘붕이 되서 라이브를 재밌게 즐기진 못했음.


(2)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2010 / 6 / 25



<Idioteque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두 명인데도 꽤나 괜찮다 ㅋㅋㅋ>

1. The Eraser
2. Harrowdown Hill
3. Black Swan
4. Cymbal Rush (with Jonny Greenwood)
5. Weird Fishes/Arpeggi
6. Pyramid Song
7. Idioteque
8. Karma Police
9. Street Spirit (Fade Out)

이야기:
엄밀히 말해서 라디오헤드의 라이브는 아니지만,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셋이기도 하다. 글래스톤베리의 파크 스테이지는 금요일과 토요일 한 슬롯을 '스페셜 게스트'로 비워두는데, 혹시나 하고 갔다가 정말 우연히 보게 된 공연이다. 첫 곡 <the Eraser>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는 걸 듣고 흥분해서 스테이지로 뛰던 기억이 생생하다. 톰 요크는 이 때 바보스러운 머리띠를 하고 나왔는데 정말 이상했다. 어쨌든 예측하지 못한 무대라 정말 감동했던 공연. 그런데 라디오헤드는 다음 해, 2011년에 스페셜 게스트로 밴드 전체가 다시 나와 무려 14곡 75분의 무대를 하고 들어갔음. 와 배신감!

셋리스트:
초반 네 곡은 톰 요크의 솔로 앨범에서 나왔고, 뒤의 다섯 곡은 라디오헤드의 곡이 연주되었다. 네번째 곡부터 기타리스트 쟈니 그린우드가 나와서 같이 연주했는데, 두 명이서 만드는 라디오헤드의 커버가 참신했다. 특히 피아노로 연주되는 <Idioteque>의 세미-어쿠스틱 버전이 대단했다. <Karma Police>가 끝나고 사람들이 계속 후렴구를 따라 부르자 톰 요크가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를 연주하려다 씨익 웃고 키보드에서 내려와서 마지막곡으로 <Street Spirit>을 해주었지. 


(3)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2012 / 7 / 27


<the National Anthem 지산 라이브. 누구실까 이분... 진짜 잘 찍었다. 처음에 쟈니가 라디오 들고있는 부분까지 포인트를 아시는 분인듯>

1. Lotus Flower
2. Bloom
3. 15 Step
4. Weird Fishes/Arpeggi
5. Kid A
6. Morning Mr. Magpie
7. The Gloaming
8. Separator
9. Pyramid Song
10. Nude
11. Identikit
12. I Might Be Wrong
13. There There
14. Karma Police
15. Myxomatosis
16. Feral
17. Idioteque

Encore:
18. Give Up the Ghost
19. Exit Music (for a Film)
20. Talk Show Host
21. The National Anthem
22. Planet Telex
23.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with "The One I Love" intro)
24. Reckoner

Encore 2:
25. Paranoid Android

이야기:
지산의 헤드라이너로 라디오헤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흥분으로 개거품을 물었다. 나는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분과 함께 '아 씌 나만 봤는데 이제 아니네' 라는 생각이 같이 났다. 7집 투어만큼의 장관은 아니지만 대형 모니터가 강철 케이블에 매달려 무대 위를 떠다니는 이번 투어의 비쥬얼도 장관이었고, 더군다나 투어 초기 'Meeting in the aisle'이나 'the Amazing sounds of Orgy'같은 비사이드곡을 라이브로 해서 정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캐나다에서 무대 사고가 일어나면서 무대와 셋이 확 바뀌어버렸다. 돌아가신 드럼 테크니션 님께 조의를 표합니다...
어쨌든 그들은 간소화된 무대 장치로 다시 공연을 재개했고(님스에서 있었던 두 번의 공연에서는 무려 'Treefingers'를 라이브로 해줬음 ㅋㅋㅋㅋㅋ), 지산에서도 성공적인 공연을 해냈다. 나는 클럽 정호진과 종윤이형 일행과 함께 봤는데, 공연 시작 전만 하더라도 '라디오헤드 라이브는 무대 비쥬얼이 화려해서 너무 가까이 가면 오히려 별로야' 이런 말을 했는데 공연이 시작되니 도저히 빠심을 숨길 수 없었다. 한 곡 한 곡 나오고 셋이 바뀔 때마다 '우어어엌ㅋㅋ 자니가 기타를 드는 폼을 보니 피라미드쏭이닼ㅋ!!' 이런 소릴 질러가며 다 따라 부르고 춤추고 그랬음. 펜스 안으로 들어갈 걸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때 너무 시끄러워서 옆 사람들에게 폐가 되었을텐데 죄송시럽다.
그건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장난이 아니었음. 퍼커션이 나오는 것만 보고 옆에서 '오오옼ㅋ 드럼 나온다! 데어 데어 한닼ㅋ!' 이런 소리 지르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도 빠돌이지만 우리나라엔 라디오헤드 팬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열광적인 분위기에 라디오헤드 본인들도 기분이 좋았는지 셋을 무려 40분을 넘겨 11시 40분이 될 때까지 스물 다섯 곡을 연주했다. 톰 요크는 중간에 윗통을 벗기도 했다. 이게 뭐임? 팬 서비스?

셋리스트:
대만과 한국, 일본을 거치는 짧은 동아시아 투어는 셋이 거의 일정했다. 아쉽게도 투어 초반 때처럼 신곡이나 비사이드를 많이 해주지는 않았지만, 대신 이제까지 내가 듣지 못한 곡들이 이번 투어에서 많이 연주되었다. 4집의 'Kid A'와 5집의 'Pyramid Song', 'I Might be Wrong'이 셋에 포함되었고 6집의 'Myxomatosis'도 포함됨. 앵콜에서는 로미오 앤 줄리엣의 두 사운드트랙과 무려 'Planet Telex'가 연주되었다. 아.. 대박...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한국어 버전의 'the National Anthem'이 나온 것. 내셔널 앤썸은 곡 인트로에 라디오를 잡아서 틀어주는 걸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성시경의 <<서울 시내에서 운전하면 좌회전 우회전? 스틱스틱스틱스틱...>>하는 목소리가 들어갔다. 그 땐 멋졌는데 나중에 동영상 보니 좀 병신같더라.

세 번의 공연에서 들은 곡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집 : Planet Telex / Just / Street Spirit (Fade Out)
3집 : Paranoid Android / Exit Music (For a Film) / Karma Police / Climbing Up the Walls / Lucky
4집 :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 Kid A / The National Anthem / How to Disappear Completely / Optimistic / Idioteque
5집 : Pyramid Song / You and Whose Army? / I Might Be Wrong
6집 : 2+2=5 / the Gloaming / There There / Myxomatosis
7집 : 15 Step / Bodysnatchers / Nude / Weird Fishes/Arpeggi / All I Need / Faust Arp / Reckoner / Jigsaw Falling into Place / Videotape
8집 : Bloom / Morning Mr. Magpie / Feral / Lotus Flower / Give Up the Ghost / Seperator

신곡 : Identikit
B-Side : Talk Show Host

톰 요크 솔로앨범 : The Eraser / Black Swan / Harrowdown Hill / Cymbal Rush


와... 덕내가 묻어나는 포스트다. 내가 할 말이 없소.

덧글

  • 이랑 2012/08/02 23:37 # 삭제 답글

    너의 덕질을 보니 나는 다섯번 봤다고 자랑하고 싶어졌어! 근데 나는 셋리스트가 잘 기억이 안 나......
  • kidsmoke 2012/08/02 23:52 #

    앜ㅋㅋ 누낰ㅋㅋㅋㅋㅋ 물론 누나를 이기긴 힘듬... 셋리스트 에펨 setlist.fm 들어가면 웬만한 셋리스트 다 나와 있어요! ㅋㅋㅋ
  • 나나 2013/04/08 17:46 # 삭제 답글

    헉 뭐지 ㅋㅋㅋㅋㅋㅋ 라디오헤드로 검색해서 블로그 타고 다니다가 게시글에서 아는 분 댓글 발견했네요. 저 '이랑'님 저랑 너무 잘 아는 사이에욧 ㅋㅋㅋㅋㅋㅋㅋ 반가워요 키드스모크 혹은 키즈모크-..-님...
  • kidsmoke 2013/04/21 12:42 #

    반가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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